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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기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모토이자 핵심 가치를 정립하고 지켜가는 것이다. HP도 ‘HP Way’라는 그들만의 핵심 가치가 있었다. 


HP Way란 HP를 이끄는 경영 방식으로, HP사의 고유한 기업 문화로 볼 수 있다. 창업자인 빌 휴렛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인 “사람들은 좋은 일과 창의적인 일을 원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성과는 저절로 달성할 수 있다”는 모토에서 출발한 것으로, 신뢰와 존경, 높은 수준의 성취와 기여, 정직성, 팀웍을 통한 공동목표의 달성, 유연성과 혁신 등을 HP Way로 통용 됬다.



[이미지 출처: vnexpress]



HP Way의 시작


HP의 두 창업자에 의해 20년 동안 실천 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1957년 소노마 회의에서 본격논의 된 뒤, 1966년 완성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벤처 기업이었던 HP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가치를 대변 할 수 있는 경영 철학과 모토를 실체화 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HP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철학을 이야기 했지만, GE나 HP 같이 이를 실천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HP가 구체적으로 이런 HP Way를 지켜갈 수 있었던 것은, 사내에서 이를 실천 할 수 있는 여러보완적 제도를 만들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초대 관리자였던 팩커드는 목표관리(MBO)와 통제의 의한 경영(MBC: Management By Control)을 가장 기본으로 삼아 직장생활과 가사생활의 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했고 인간존중의 인사관리를 실천했다. 


또한 순회경영, 이윤분배제도, 업무분담제도, 의료보험제도, 자율근무시간제도, 실험실 개방정책 등도 경영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로 이런 노력을 수년간 기울이며 사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정착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드웨어 기업이면서도 벤처 정신을 잊지 않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시도 한 순회경영(MBWA: 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과 실험실 개방정책(Open Laboratory Policy)은 HP Way의 꽃으로 불린다. 


순회경영은 삼성의 관리자 중심주의 같은 닫히고 관리 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관리자가 직원들을 지원하고, 의사소통을 통해서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관리 기법을 도입한 것으로 회사의 부품이 아닌 협력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는 소니 컴퍼니제도와 유사점이 있다.


실험실 개방 정책도 당시 특이한 경영 정책이었는데, 기술 중심 인력들이 혁신적인 생산 활동을지원하기 위해, 실험실의 값비싼 장치를 오픈해 활용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론 기업의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벤처 정신과 인본주의를 실천한 HP


이것을 보면 HP가 초기에 창업자들로 하여금 어떤 문화를 추구하려 했었는지 알 수 있고, 이것이 실제로 MBA 과정의 성공 사례들로 거론되며 한국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점을 생각하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경영 기법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 순회 경영 기법은 현재 벤처들이 거의 보통적으로 실천하는 기법이 될 정도로 기업의 나아가야 할 가치에 눈을 뜨고 있었던 기업이 바로 HP다. 


HP의 결속력의 원동력에는 이런 문화와 함께, 인간 존중 철학이 그들 기업에 뿌리 내려 있었다. 


불황시에도 해고가 없는 기업이 바로 HP 였다. 불황으로 일의 양이 줄면, 업무 분담을 통해 일을나누어 갖는 노력을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급여를 서로 적게 받고 고통을 분담하는 정책도 시행했다. 


이럴 경우, 불황시 단기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다시 호황이 계속되면 고급 인력의 유출이나 해고가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경영이 너무 어려워지면 인력 감축을 불가피하게 시행하기도 했지만, 이때 조차, 한국 기업과 같이 직원 의사나 생각의 공유 없이 강제 퇴사를 시키지 않았다. 면담을 통해 본인 의사를 충분히 반영했고, 원치 않을 경우 강제 퇴사 없이, 다른 나라에 있는 HP 지사로 전환 배치를 추진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 때문에 HP는 파산이 아니면, 채용 된 인력을 포기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심어졌고, 이것이 HP Way의 핵심인 인본주의의 결정체로 하나의 기업문화가 되었다.


가족적 기업 문화를 위해서 정기적으로 맥주 파티를 열고 임원과 일반 직원이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현재 3M 등에서도 이런 제도들을 활용하고 있다. HP란 기업이 대단한 것은 남들은 쉽게 할 수 없었던 이런 가치를 실천하고 실행에 옮김으로서 현재 미국의 IT 산업에서 각 기업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리더쉽을 발휘 해왔다는 점이다. 



문화가 있는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언젠가 자동차 관련 부분의 전문 기자를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사람들은 쉽게 미국의 포드가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들에게 위기가 올 수는 있지만 쉽게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포드에는 한국 자동차 기업이 아직까지 만들지 못한 자동차 생산에 대한 철학과 기업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가슴속 깊이 녹아 내린 문화를 잃지만 않는다면, HP도 다시 비상 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의 힘은 경영자나 플랫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갈 수 있는 통일 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상 위기는 이런 좋은 가치들이 발현되지 못할 때 발생하는데, HP도 1990년대 들면서 내부 중심주의와 경영진의 관료주의가 찾아왔다. 소니나 LG가 겪었던 그런 관료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영입 된 경영자가 칼리 피오리나 였고, 그것은 HP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개혁을 실현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 때문에 HP Way가 파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며, 찬란한 혁신의 대명사 HP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주주 이익만 생각하는 PC의 거대 공룡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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