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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워크맨 개발 시점의 이야기로 뒤돌아가 보자, 창업주인 모리타 회장은 해외 출장중에 이런생각을 하게 된다. 


“지루한 비행기 속에서 자고, 먹고, 신문이나 서류 보는 것 이외의 일을 할 수 없을까?”, "걸어 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는 만들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이 번뜩이자 그는 당시 개발 총책이자 공동 창업자였던 이부카 마사루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고 일사천리로 시제품 개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상품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동 창업자 둘에게 보이던 이 아이디어의 성공이 엔지니어나 마케터, 외부 전문가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반대도 일리는 있었다. 이미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로 평가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자던 아이디어에 누가 찬성 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이것이 감이라거나 느낌으로 분류 할 수도 있었지만, 모리타 회장에겐 어떤 확신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엔지니어의 감성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아닌 엔지니어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모리타 회장이 남긴 명언을 살펴보자.


"고객들은 무엇이 가능한지 모른다. 핸리 포드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이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을 때도 있다."


이 명언에는 소니가 추구했던 기업가치 두가지가 숨겨져 있다. 첫째는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이고, 둘째는 기업의 자세이다. 소비자를 대함에 있어 현재 소비자의 눈높이가 아닌 한 단계 더 앞선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이 만들려는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사용하는 가치를 만들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이런 가치들은 후대 경영자들의 경영 전략에 있어서도 절묘하게 접목되어 왔다. 오가 노리오 회장 시대의 소니를 보면, 주위의 만류에도 그는 콜롬비아 영화사와 CBS 레코드 인수를 추진했다. 오가 회장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향후 미래의 기업에게 하드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이용하게 할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걸 예상하고 이 같은 일을 추진했다.


또, 오가 노리오 다음으로 소니의 회장이 된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이런 오가 회장의 밑그림 위에 다가오는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가전과 오락 산업을 지배 할 것이란 리포트를 작성해 보고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으로의 10년을 향해> - 1993년 6월 5일 발표

<전략적 중기 사업 계획 제안> - 1993년 6월 15일 발표

<컴퓨터와 AV 융합 시대 소니의 전략> - 1994년 10월 29일 발표


1990년대 미리 10년 앞을 내다보고 Connect, Synergy, Hub로 이어지는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 모든 소니의 산업을 네트워크에 연결해야 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 전략을 깊이 들여다 보면 애플의 전략과 많이 닮은 점이 있다. 실제 스티브잡스도 각종 컨퍼런스를 이용해 자신들의 기기와 컨텐츠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런 전략하에 현재 애플의 모든 제품들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애플 iTunes에 접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론 이런 전략을 시도하면서 금융 사업이나 인터넷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며, 허송 세월 하는 바람에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소니의 경영자들이 제시했던 비전들은 하나 같이 한 시대의 IT 산업의 방향을 꽤 뚫어 보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소니가 비록 실패의 과정을 겪기는 했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창업주부터 내려온 그들만의 기업문화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혁신의 DNA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기술만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정신이 가미되어 소니의 특별함이 완결성을 갖게 된다. 소니는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면서 10년 뒤에도 뒤쳐지지 않는 하드웨를 꿈꾸며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하드웨어에 다양한 게임 컨텐츠 협력사가 뭉쳐 놀라운 게임 문화를 만들고 선도해 왔다. 


작금에 소니의 특별함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조직이 관료화 되고, 주주들의 배당을 위한 실적 중심 회사가 되면서, 사내 정치와 실적 중심의 경영으로 기술 투자와 혁신적인 도전을 게을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지만 아주 원론적인 부분들에서 소니 다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소니가 특별함을 잃어버리고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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