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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널의 2014년 1월 10일자 "TV 혁신은 끝났다"란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를 정독하면서 칼럼리스트인 "Farhad Manjoo"의 놀라운 식견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글의 요지는 TV에서의 혁신 요소는 너무나도 많지만, 제조사들이 기존의 공정을 유지하며 이익을 위해 더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불필요한 부가 기능을 늘리거나 곡면 디자인 같은 겉모양 개선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CES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실패작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CES를 보고 감탄을 자아내고 있지만, 내실 없음을 지적하는 글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저널리즘이 무언지 고민하고 있을때 "Farhad Manjoo"는 매우 일반적인 화법으로 통렬하게 현 TV 시장의 세태를 비판하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그의 기사를 통해 감탄한 이유이다. 



[이미지 출처: 삼성 CES 웹사이트]



반면, 이 기사를 보고 쓴 한국 언론들의 글에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본 필자가 한국 WSJ의 기사를 보고 언급한 기사들은 모두 맥락은 짚었지만, 행간의 의미를 배제한 제목만 가져온 낚시질 정도로 생각됐다. 


WSJ “TV 제조사 아이디어가 바닥났다”  - 동아일보

WSJ, "TV 제조사 아이디어가 바닥났다" - 뉴스1

혁신기술 각축장 CES 폐막… 상용화 '숙제' 남겨 - 머니투데이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는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인용이라는 미명아래 사실상 해외 언론의 글을 복제하기 일수인데, 이건 인용도 아닐뿐더러.. 자신들만이 생각을 담아내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필자의 생각을 담아내 보려고 한다. 



"Farhad Manjoo"의 분석 내용은?

우리 실 생활에서 3D TV가 필요한가? 실제 3D 기능이 들어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얼마인가? 이 쓰지 않는 기능을 위해서 우리는 평균 TV 구매 비용에 몇퍼센트를 더 지불하고 있는 것인가?


TV, 오디오, 케이블 셋탑박스 이용을 위해 우리는 몇가지의 다양한 리모콘을 가지고 있고, 각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UI 화면은 얼마나 어지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4K 컨텐츠 시대를 대비하는 요즘 TV 하나만으로 컨텐츠를 즐길 수 없게 됐다. TV 업체는 자신들의 주도권이 컨텐츠 제공자에게 빼앗기고 있음을 인지해야 하는 수준에 왔다. 4K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 기술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 


과연 제조사들에 의해 평면의 시대가 끝났다고 정의내려 버린 2014 CES가 오히려 TV 제조사들에게 심각한 과제를 떠안겨준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TV 제조사의 아이디어 문제가 아니다

한국 언론이 제기한 것처럼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고갈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제조사들의 "소비자에 대한 모랄헤저드"에 더 가깝다고 정의 할 수 있겠다. TV라는 제품이 가진 본질인 더 얇은 TV, 더 화질 좋은 TV 만으로는 더이상 고가의 가격을 받기 힘든 세상이 되가고 있다. 


필자의 부모님의 경우 7~8년전에 56인치 PDP TV를 300만원 가까운 거금을 주고 구매했다. 


하지만, 2013년 초에 본인이 구매한 비슷한 평면의 풀HD 급 화소를 지원하는 고화질의 3D LED TV는 100만원 전후의 가격으로 구매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기술은 평준화되고 경쟁이 촉발되면서 가져온 혜택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조사의 이기주의에 따라서 미국 시장보다도 최소 20% 이상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기능이 담긴 TV들을 구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고가격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마치 현대 자동차가 옵션질을 통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보다 그나마 저렴한 제품을 구매 할 수 있는 해외에서 조차 이런 불평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 내수 시장은 얼마나 소비자를 왜곡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 그나마 제대로 구매하기 위해 해외 구매 대행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도 비싸다고 불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는 해외 시장에서 말이다. 



현실 왜곡장을 만든 정부가 문제?

대기업은 분명 한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내는 세금은 한국 경제력의 80% 가까운 점유를 기록한다. 


삼성과 LG 같은 기업이 시장의 룰을 결정하고 시장의 돈을 쓸어 모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견제하고 경쟁시켜야 하지만, 한국 시장은 이미 구조적인 모순 속에 이런 가능성을 일어버렸다. 


기껏해야 정부가 내놓은 방법이 해외 구매 대행을 활성화해 대기업과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이다. 


적어도 견제와 균형의 가치가 무었인지를 아는 국가라고 한다면, 의도적으로 중국의 샤오미처럼 저가에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스몰 플레이어를 육성해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 


중소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대기업의 법인세는 더 올려야 한다. 소비세, 부가세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지적질 하는 것보다 몇배는 빨리 시장에서 자발적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인데, 그런걸 정책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시장이 이모양이되는 것 아닐까?


"Farhad Manjoo"의 TV 혁신은 끝났다는 지적은 오히려 혁신거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시장만 본다면 혁신은 끝난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시장을 본다면 오히려 구글 TV가 등장하고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케이블과 경쟁하고 있다. 


"Farhad Manjoo"의 기준보단 미국 시장 만큼은 아직 혁신하고 있는 모양세다. 


이 역시 경쟁이 만들어 냈다. 경쟁속에 기업간의 견제가 이런 모습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하물며 욕얻어 먹고 있던 MS의 Xbox 조차 지속적으로 UI를 개선하고 있다. 


과연, 한국 정부와 언론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었인지? 이제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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